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동토의 여명/에피소드 가이드/1부 6장 (문단 편집) == {{{#SKYBLUE 63. 우기}}} ==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창공을 가득 메운 먹구름에 온 땅이 어둑하다. 오로지 마른 가지들만이, 제 목 축여줄 빗방울들을 반긴다. 많은 인파가 몰린 넓은 터.. 그 테두리엔 제각각의 모양새를 한 사당들이 둥글게 서서 자리를 지킨다. 드높게 고개를 치솟은 것, 빼꼼하고 살짝 고개 내민 것, 길쭉하게 쭉 뻗은 것, 너른 품 활짝 벌린 것.. 터의 가운데 즈음에 불 두 개가 간신히 빛을 비춘다. 비는 하렴없이 내려, 각지게 깎아낸 검은 비석을 적신다. 그리고 집정자 [[달 미르]]는 검은 면류관을 쓰고 검은 정복을 입은 채 엄숙한 표정으로 그 앞에 서서, 내리는 비를 모두 받아낸다. 그 자리에 함께 한 다이라와 아주 역시도 우산을 받쳐 들고 섰으며, [[공용도]]와 [[연(동토의 여명)|연]]도 얼굴을 비춘다. 달 미르의 얼굴에 빗물이 흥건하게 흘러내리고, 면류관에 꿰어 매단 구슬 줄 끝에 방울이 작게 맺힌다. 그렇게, 그들은 숨을 거둔 선비들의 넋을 기렸다. * * * 번쩍 들어올려지는 수많은 손들. 집정자 달 미르는, 고등 선인들을 모아 모종의 사항에 대한 거수투표를 진행한다.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보아, 이는 분명 칼리그 무리의 나랑고스 입국에 관한 사항이리라. 그는, 정당한 입성이라 못 박을 작정인 것이다. 결과는 만장일치가 나오고야 말았고.. 결국, 달 미르는 고등 선인들을 거느리고 아밈에게로 향한다. 아밈에게 도착한 무리들.. 달 미르의 시종은, 품에서 문서 하나를 꺼내 아밈의 탁자 위에 올려놓는다. 잔뜩 날이 선 아밈의 눈. 아직도 그는 뜻을 굽힐 생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달 미르는 태연하게, 아니, 사람의 것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직도,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 * * 비는 여전히 계속 내린다.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은 짖어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들의 수련은 멈추지 않았으니.. 힘차게 내질러진 공용도의 왼손. 선힘이 울렁이고, [[뮤울]]은 그의 선힘을 막아낸다. 그리고, 둘의 모습을 지켜보는 [[마고(동토의 여명)|마고]]. 뮤울은 어느 정도 선힘을 막아내는 듯하다가, 이내 붕괴된 수호진에 충격을 그대로 받아내버린다. 그 영향으로 다 찢어져 흩날리고 휘날리는 상의.. 공용도가 힘을 거두자, 뮤울은 얼마 안 있어 힘없이 주저앉는다. "보잘것없는 녀석.." 공용도는 쓴소리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만 돌아들 가거라!" "선승님!!" 마고는 공용도를 불러 세운다. "?" "아직, 아직 더 할 수 있습니다!" 마고는 두 손 불끈 쥐고 다리를 척 벌린 채 자세를 잡고는 전의를 불태운다. "꽤나 기쁜 소리를 하는구나. ... 뮤울! 마고가 널 보고 배우는 게 아니라 네가 마고를 보고 배우게 생겼잖느냐!" 뮤울은 주먹으로 땅을 짚고 일어난다. 그의 젖은 머리가 납작하다. 날아가버린 옷가지에 웃통은 실오라기 하나 없는 맨몸.. 행여 고뿔이라도 걸리지 않을까 심려되는 모습이다. "어쩌다 흐름을 놓쳤을 뿐입니다. 계속하시지요.." "눈치 없는 것! 이젠 나도 지쳤다! 쓸데없이 선력을 낭비하게 하다니.. 정말이지 볼품없는 녀석이라니까.." 공용도는 한숨을 푹 내쉬며 손을 휘젓는다. "... 오늘은 돌아가 쉬자꾸나. 잘 쉬는 것도 훈련의 하나이니." * * * 마고는 숙소에 돌아가 오늘 있었던 얘기를 해준다. "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이야..!?" "으, 으응.." "그 공선승님이?!" "으, 으응..." [[진시아|시아]]는 흥분한다. "우리한텐 맨날.. '너흰 쉴 자격도 없다, 냄새 나는 멍청이들.' ...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어떻게..!!" "시아, 그런 거로 동요돼선 으뜸선비가 될 수 없어!" "없긴 왜 없어? 그런 거로 동요돼서 깝죽거리는 으뜸선비들 한 둘이 아니던데." [[하랑(동토의 여명)|하랑]]은 시아를 다그친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시아가 아니다. "진짜 으뜸선비라면 그렇지 않다는 거 너도 알잖아!" "에헤~ 오빠도 동요된 거야?" 오히려 역습 당하는 하랑이다.. 마고는 말을 이어나간다. "... 나쁜 분인지 좋은 분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거짓으로 가르쳐 주시는 것 같진 않았어. 말씀을 좀 어렵거나 거칠게 하셔서 그렇지.." 예를 들자면, "모든 것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우거라." 같은..? 어쨌든, 하랑은 주제를 바꿔 아이들의 관심을 돌린다. "그건 그렇다 치고, 늬둘 혹시 들었냐? 나랑고스에 칼리그 무리가 들어온다는 거? 비자둥우리에도 어린 칼리그 술사들이 들어올 거라는데." [[진시우(동토의 여명)|시우]]의 눈이 유독 초롱초롱하다. 하지만, 마고는 그 소문에 관심이 하나도 없다. 마고는 턱 밑에 베개를 괴고 엎드린 채, 손의 반지를 좋다는 듯이 본다. 이게 왠 반지람?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쌩 난리다. 사실, 이 반지는.. "받아! 내가 주는 선물이야!" 그렇다. 사실 이 반지는 바로 뮤울이 선물한 것이었다. "여기다 선힘을 빠르게 세 번 흘려 넣으면 언제 어디서든 나와 이야기할 수 있어." "저, 정말?!" 마고의 눈이 세상 초롱초롱, 침도 죌죌 흘려댄다. 뮤울은 턱을 매만진다. "사실은 내가 마고 근처에 있을 때만 가능한 거긴 하지만... 뭐, 언제든 난 마고 곁에 있을 거니까!" "울이 형.." 마고는 어지간히 좋았던 모양이다. 뮤울은 괜히 쑥쓰러워 시선을 피한다. "고마워!! 울이 형!!!" 뮤울에게 달려들어 그를 와락 감싸 안는 마고. "자, 잠깐! 주의 사항을 마저.." * * * "누군가로부터 뭘 받는다는 거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 '지금 한 번 해볼까...?" 마고는, 뮤울의 작은 선물 하나에도 큰 감동과 고마움을 느낀다. 근데, 온 신경이 반지에 쏠려있었던 탓일까, 바로 옆에 찰싹 붙은 [[쉬라(동토의 여명)|쉬라]]를 뒤늦게서야 알아채는 마고. 쉬라는 땀을 뻘뻘 흘리며 검지로 반지를 가리키며 묻는다. "... 그, 그 반지.. 누구한테 받은 거야?" "쉬, 쉬라! 언제 내 옆에..!!" 쉬라의 귀여운 질투. 쉬라가 온 지도 모르고 있던 마고는, 너무 놀라 침대에서 벌러덩 굴러 떨어진다. "?" 하랑은 뭔일인가 싶어 마고 쪽을 바라본다. 허둥지둥, 도망을 시도하는 마고. 쉬라는 집요하게 쫒는다. "그 반지! 누구한테 받은 거냐니까?" 시아는 쉬라의 허리를 꽉 껴안고 애써 말려본다. "이, 이번엔 쉬라언니 눈에 딱정벌레가?!" "이, 이건 첨부터 갖고 있었던..!!" "처음 왔을 땐 반지 같은 거 안 끼고 있었잖아!" 마고의 뻔한 거짓말에, 쉬라는 노발대발.. 그래, 마고와 처음 만나고서부터, 오로지 마고만을 쳐다보며 지내온 쉬라다. 그런 쉬라에게, 그 따위 거짓말이 먹혀들리가 있겠는가! 하랑은 나름대로 추리력을 발휘한다. 여유롭게 턱을 괴고 눈을 감는 하랑. "진정해! 그 반지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물건이 아니니까!" "하람이는 그걸 어떻게 알아!" "람이 아니라 랑이라고 몇 번을 말해도.." 내가 다 미안하구먼.. "아밈님과 왔달 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지! 그러다 [[함(동토의 여명)|함]]선비님께서 널 우리 방에 데려오는 순간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더라. 아니나 달라 제대로 저질러 주시더군.." 하긴, 공용도의 선힘 수업에서 검의 힘을 발현했던 때는 정말 어마무시하긴 했었지. 수업을 듣던 모든 버금선비들이 나무덩굴에 꽁꽁 묶였었으니. 조용히 듣고 있던 시우는 혼자 생각한다. '사실 그 전에도.. 너흰 기억 못하겠지만..' 푸른블미르에 다른 이들 모두가 기절했었을 때를 떠올리며. 이상하게도 시우는 멀쩡했었던, 바로 그 날을 떠올리며. 그리고, 마고가 손댄 걸음나무가 하얀 백목으로 다시 태어난 그 아름다운 광경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건 그렇고, 하랑은 계속해서 머리를 굴린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추론쯤 어려울 것도 없지. 모르긴 해도 그 반지는 울림선비들께서 마고의 신비한 선힘을 구속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봉인 반지가 틀림없어.. 아냐?" 오호라, 꽤나 그럴싸한 가설이로다.. 물론, 그런 거창한 건 아니다만은. "너 그거 준 사람이 자기가 줬단 말도 하지 말라고 했지?" "으, 으응?" "얼어붙는 거 하며 얼버무리는 거 하며 땡고란 동공까지, 틀림없네! 쉬라 너도 봤지? 그러니 걱정 붙들어 매!" 뮤울은, 천장에 숨어서 아이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속으로 칭찬한다. '하랑이 녀석, 역시 제법인 걸..? 그런 용도의 반지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런 어마무시한 선술로 찜질당한 이 시점에도 사랑 고백씩 할 선비 쉬라 말곤.." 아차, 실수다. "!" "살기?" 쿵! 하랑의 배에, 쉬라는 힘차게 무릎팍을 꽂아넣는다. 아주 지대로 들어갔구만! 하랑은 배를 부여잡고 털썩 쓰러진다. 쉬라는 부끄러워하며 한마디 덧붙인다. "아, 알았으니까 그만해.." "아무튼.. 우리 방엔.. 종잡을 수 없는 녀석들 뿐이라니까.."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